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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평범한 개발자가 쓴 블로그를 누가 읽어 주겠어?

9년 전, daleseo.com 블로그를 시작하기를 망설이며 제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 묻던 질문입니다. “망망대해 같은 인터넷에 좋은 자료가 이미 넘쳐나는데 사람들이 뭐하러 나 같은 평범한 개발자의 글을 읽으러 오겠어?”라는 생각 때문에 오랫동안 주저했습니다. 당시에 블로그는 주로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대형 포털에 있었기 때문에, 저처럼 개인이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를 누가 찾아올지 의문이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래 첫 포스팅을 해봤는데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두 번째 포스팅, 세 번째 포스팅, 네 번째 포스팅에도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방문자 통계를 내보겠다고 블로그에 Google Analytics를 연결해보니 방문자는 매일 오직 1명이었습니다. (누군지는 말 안 해도 아시겠죠? 😭) 이렇게 제 블로그는 처음에는 제가 쓴 글을 저 혼자 읽는 쓸쓸한 곳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약간의 오기로 일주일에 한두 개의 포스팅을 그냥 일기 쓰듯이 습관처럼 올렸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입문자라는 가상의 독자를 정해놓고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글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글이 잘 안 써질 때는 제가 아직 그 기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신호로 여겼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분들께 제가 공부한 내용을 설명해드리고 싶어서 포스팅을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반대로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무도 읽어 주지 않는 글쓰기를 2년 정도 하고 포스팅이 100개가 넘어갈 즈음 블로그 방문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하루에 몇십명 수준이라서 방문자 수에 크게 개의치 않고 꾸준히 포스팅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여러 해동안 쌓인 포스팅이 어느새 450개가 되었고, 이제 한 달에 적을 때는 10만명, 많을 때는 20만명 가까이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고 계십니다. 📈

UA month

UA year

UA all

오랫동안 사용했던 Google UA(Universal Analytics)가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하면서 아쉬운 마음에 제 블로그의 누적 방문자수를 캡쳐해두었습니다. 2016년 8월부터 2023년 8월까지 7년간 무려 총 3백만명이 넘는 분들이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셨더라고요. 그래프를 보시면 블로그를 시작 한 후 5년 쯤부터 방문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때부터의 방문자수가 누적 방문자수의 98%를 차지합니다.

GA4

데이터 시각화가 향상된 Google Analytics 4로 넘어와서는 가끔 실시간 접속자 대시보드를 멍하게 볼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대한민국 전역에서 동시에 제 블로그를 보시고 계시다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참 기쁘고 뿌듯하면서도 계속해서 유익한 글을 써야겠다는 책임감도 느껴집니다. 제 블로그를 보시고 도움을 받았다고 링크드인에서 감사 메시지를 받을 때 마다 개발자로서 이보다 보람있는 일이 또 어디 있을까하는 마음이 저절로 듭니다. 🥹

블로그를 시작한지 어느덧 9년이 지난 지금, 제가 여전히 평범한 개발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블로그 덕분에 그냥 회사만 다녀서는 하기 어려운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2025년 새해 저와 똑같은 의심을 하시면서 개인 블로그를 시작할지 망설이고 계신가요? 저의 지난 9년 간 블로깅 여정이 올해 더 많은 개발자 분들이 첫 포스팅을 하는데 작은 용기와 동기 부여가 되길 바래봅니다. 🙏